나은이의 일상생활 8
지난 일주일이 좀 넘는 기간 동안 아팠다.
입술에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인해서 입술이 퉁퉁 붓고 입술 안쪽은 헐고, 인중에는 커다란 포진이 생겼다.
월요일 오전에 우동과 쫄면을 사서 친정으로 놀러 갔다.
한창 수다를 떨고 있는데 입술과 인중이 불편해서 봤더니 빨갛게 부어있어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냥 별거 아니겠지 하고 넘어갔다.
그게 문제였나..? 화요일 일어나서 뭔가 이상해서 거울을 보니 인중에 새끼손톱만 하게 포진이 생겼다...
신랑에게 바로 영상통화를 하고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둘 다 병원부터 가라는 소리에 고양이 세수를 하고 피부과를 향했다.
헤르페스 진단에 하... 왜 나에게 이런 게..
의사를 무조건 쉬어야 하고 그냥 쉬세요 약 잘 드시고, 라는 말만 했다.
약사님도 무조건 쉬세요 그리고 물이 닿으면 안 돼요.
라는 말에 그럼 저는 어떻게 씻나요?라는 반사적 질문이 나갔다.
화요일부터 수요일 정말 푹 쉬었다.
신랑은 아무것도 못하게 하고 그냥 푹 쉬라는 명령에...
저녁에도 손수 약을 발라주면서 어서 자세요 라는 말을 100번은 했다..
목요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되기에 걱정이 컸다. 시엄마한테 입술을 보여드리기 창피했다.
내가 뭘 한 게 없다.. 일을 쉬고 있는 지금 내가 새벽에 일어나서 만원 전철에 몸을 구겨 넣고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실한 주부라 매일 아침 신랑 아침을 챙겨준 것도 아니다.
얼른 물집이 작아지고, 하루빨리 입술이 돌아오길 바랬다.
결과는 똥이다. 물집은 작아졌다.
연고가 효과가 좋은지 약이 효과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금방이라도 터질듯했던 물집은 하루가 다르게 작아졌고,
딱지만 남았다.
고등학교 3인방 친구가 있다.
11일이 내 생일이어서 친구들이랑 신랑의 선물이 속속 도착했다.
신랑한테 휠라 백팩을 받고 친구한테 디아이블랑 가방을 선물 받았다.
신랑한테 말을 안 하고 바로 친구한테 요고! 하고 보냈고, 받은 후 신랑한테 말했더니 신랑이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레드 안 하길 잘한 거 같다. 블랙이라 한숨에 끝난 거 같다.
실물을 보고 신랑은 6-70년대 아줌마냐고 당신의 안목은 정말...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내 마음에 쏙 들어 기분이 좋았다.
아주버님 여자 친구분이 만들어주신 케이크이다.
10일 날 미리 오셔서 축하하 세주셨다. 내가 좋아하는 딸기를 한 아름 올려서 말이다.
일하시는 카페에서 파티시에한테 직접 부탁해서 만드신 거라고 하셨다.
칸칸이 딸기가 잔뜩 엄청 잔뜩 있어 씹을 때마다 딸기가 함께 씹혀서 너무 행복했다.
올해 30인데.... 신랑이랑 동갑이라는 아주버님 말에 초를 31을 준비해주셔서 1은 그냥 빼버리고 3만 했다.
내년 31에 다시 쓰기로 기약했다.
신랑이 준비해준 아침이다.
고기 듬뿍 미역국에 재료 듬뿍 김밥!
며칠 전부터 계속 김밥을 먹는 나를 위해서 손수 김밥을 준비했다고 한다.
처음 김밥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맛있게 잘 먹었다. 비록 밥이 너무 많아서 한 입에 넣기 힘들었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다.
신랑은 여보 김밥을 싸는데 자꾸 어디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면서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밥을 다음에는 조금만 조절해 달라고 했다.
그 날 출근 한 신랑은 팔목에 파스 사진과 함께 다시는 김밥을 안 싸겠다는 선포를 했다...
설날, 추석 명절에 음식을 하러 시댁을 가지 않는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설이 왔지만, 나는 가지 않았다.
시 엄마와 아빠가 절대 오지 말라 하셨다. 우리는 음식을 안 한다. 그러니 오지 말고 쉬거나 친정 가서 도와주고 오너라 라는 말과 함께.
이번 설 연휴 또한 음식을 안 하니 오지 말고 딸(시엄마가 나를 딸이라 부른다.) 생일이니 점심 먹자고 연락이 오셨다.
약속된 시간보다 미리 나가 꽃집에 들러 어머님께 선물할 꽃을 골랐다.
어머님을 뵙고 우린 웃음이 터졌다. 어머님 손에도, 내 손에도 꽃이 들려있었다.
원래 가기로 했던 음식점은 설 연휴로 인해 오픈을 하지 않아, 근처 음식적에 들러 식사를 하고, 산책 겸 소래포구에 들러 장대라는 생선도 사고, 내가 좋아하는 꽈배기도 사주시고, 커피도 마시고, 어머님과 얘기도 많이 했다.
어머님과 데이트를 마치고 꽃을 정리하고 어디에 둘까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신랑이 일찍 퇴근할 건데 저녁을 먹을 수 있냐는 연락이 와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평소 제일 좋아하고, 먹고 싶어 했고, 애정 하는 음식을 먹으러 갔다.
부평 모모네이층집 일본 전골 집이다.
부평에서 신랑이 자취하던 시절 가보자 하고 두 번 정도 못 가서 예약 방문을 시작으로 우리는 무슨 날이거나 바람이 조금 분다. 혹은 둘 다 기분이 좋으면 이 집을 많이 갔다.
결혼하고 나서는 둘 다 시간이 안 맞고, 집에서 거리도 있고, 무엇보다 코로나로 외출을 자주 하지 못해 항상 가고 싶었던 음식점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이곳을 선택했다.
신랑이 작은 꽃다발을 준비했다. 생화는 내가 잘 키우지 못하기에 항상 드라이플라워를 준비한다.
어머님이 주신 꽃 향이 너무 좋아 침대 선반 위에 두었더니, 신랑이 그러다 떨어지면 우리 자다 물벼락이야
흥이 깨져 신랑이 준 꽃은 티브이 옆자리로 어머님 꽃은 화장대 옆으로 옮겼다.
설 연휴 동안 양가에서 엄청 많이 먹었다.
떡국은 두 그릇,, LA갈비, 매운 등갈비찜, 잡채, 동태전, 육전, 식해, 가자미 식혜 등등 엄청 먹고 왔다.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양가에 가까이 계신 친할머니 댁까지 너무 바쁘게 움직였다.
일요일 하루는 정말 나가지 말고 우리 푹 쉬자 라는 큰 다짐을 하고, 정말 밖에 나가지를 않았다..
느즈막하게 일어나서 신랑한테 점심 뭐해줄까? 하니 프렌치토스트가 한 번에 나와 준비했다.
우유가 없어 덜 부드러워도 이해해줘~라는 말을 하니 괜찮아 근데 햄도 구워서 같이 먹자라는 말에
햄...?? 신랑을 이상하게 쳐다보고 일단 구웠다.
오....!!!!! 왜 나는 여태 프렌치토스트에는 설탕과 우유라고 생각했을까??
딸기잼을 바르고 그 위에 엄마표 샐러드를 바르고 햄을 올려 먹으니 와우 정말 맛있다.
심지어, 케첩을 바르고 햄을 올려서 먹어도 맛이 좋았다.
신랑한테 여보 이렇게 먹어봐라 하니 나는 이미 그렇게 먹고 있단다...
신랑 덕에 또 한 가지의 맛을 알게 되는 날이다.
신랑은 배가 고픈지 저녁 먹을까?라는 말을 계속하기에 잡채 덮밥을 하기로 했다.
내가 준비하려 하니 신랑이 여보 내가 할게라며 혼자 슥슥하더니 준비를 해줬다.
배가 많이 고프지 않았던 나는 신랑에서 반 이상을 덜어주고 맛있게 먹었다.
결혼 전에 신랑이 한 달에 한 번만 당신한테 요리를 해줄게 하던 그는 한 달이면 2~3번 정도는 요리를 해준다.
특히 쉬는 일요일에는 많이 도와주고, 직접 하려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랑은 입이 심심한 데를 외쳤다.
나 혼자 산다 - 장도연 편을 보고 있어서 일까? 갑자기 몇 달 전에 엄마가 준 말린 오징어가 생각이 나서 신랑한테
오징어 구워줄까? 와 함께 냉동실에 있는 오징어를 꺼내어 굽기 시작했다.
크기가 원체 작았던 아닌.. 구웠더니 더 작아졌다..
오징어에는 마요네즈지! 라며 준비한 나에게 신랑은 고추장을 원했다..
고추장을 꺼내며 맥주 작은 캔 하나를 꺼내어 신랑과 나눠 마셨다.